피지컬 AI

  • 젠슨 황 방한의 진짜 의미: 26만장 GPU와 4조원이 말해주는 것들

    젠슨 황 방한의 진짜 의미: 26만장 GPU와 4조원이 말해주는 것들

    2025년 10월 30일 저녁,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 매장 앞에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세계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직접 치킨을 들고 나와 행인들에게 나눠주며 “여기 엔비디아 투자자 있나요? 그래서 한국이 아주 부자죠!”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의 옆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함께 웃고 있었다.

    단순한 치맥 회동으로 보이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이 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한국 AI 산업의 판도를 바꿀 26만장의 GPU 공급 계획과 수조원대 투자로 이어졌다. 이 글에서는 젠슨 황의 15년 만의 방한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실제 주가 데이터와 과거 사례를 통해 분석해본다.

    29년 전 편지에서 시작된 ‘깐부’ 관계

    이번 회동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젠슨 황은 APEC CEO 서밋 연설에서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이건희 회장은 편지에서 “한국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비디오 게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며, 비디오게임 올림픽을 열고 싶다”는 세 가지 비전을 밝혔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비전이 실현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췄고, e스포츠는 올림픽 종목이 되었으며, 삼성전자는 글로벌 게임 시장의 핵심 공급망으로 자리잡았다. 젠슨 황이 이건희 회장 5주기를 앞두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단순한 추억담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1996년 첫 그래픽카드 ‘NV1’부터 함께해온 29년 파트너였다.

    ‘깐부치킨’이라는 장소 선택도 우연이 아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는 생사를 함께하는 동반자를 뜻한다. 세 기업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이었고, 젠슨 황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6만장 GPU가 만드는 AI 생태계

    10월 31일, 젠슨 황은 한국 정부와 기업에 총 26만장의 최신 AI 칩 ‘블랙웰 GPU’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한국의 AI GPU 총량 6만 5천장에서 30만장 이상으로, 4.6배 증가하는 규모다.

    구체적인 배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 HBM과 파운드리, 두 마리 토끼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단순한 GPU 도입을 넘어선다. 삼성은 HBM3E, HBM4, GDDR7 등 차세대 메모리를 공급하며, 그동안 SK하이닉스에 밀렸던 HBM 시장에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더 주목할 부분은 파운드리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사실상 전량을 대만 TSMC에 의존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협상력 문제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로부터 23조원 규모의 AI 칩 수주를 따내며 기술력을 입증했고, 엔비디아 칩 일부도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자동차를 넘어 로봇까지

    현대차그룹의 4조원 투자는 단순한 자율주행 개발이 아니다. 피지컬 AI는 가상 환경뿐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를 아우르는 종합 AI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과거가 말해주는 주가의 미래

    글로벌 빅테크 CEO의 방한이나 대규모 파트너십 발표는 관련 기업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2025년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0년 만에 방한했을 때, 삼성전자와 LG전자 주가가 상승했다. 2025년 8월 팀 쿡 애플 CEO가 삼성과 협력 발표했을 때도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 3%까지 올랐다.

    더 극적인 사례도 있다. 2025년 10월 6일, 오픈AI가 AMD와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을 발표하자 AMD 주가는 당일 23% 급등했다. 페이팔이 ChatGPT와 결제 파트너십을 발표했을 때도 9% 이상 상승했다.

    실제 주가 변화: 숫자가 말한다

    젠슨 황 방한 소식이 본격화된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 변화는 명확했다:

    • 삼성전자: +5.39% (102,000원 → 107,500원)
    • SK하이닉스: +4.86% (535,000원 → 561,000원)
    • 현대차: +14.34% (254,500원 → 291,000원)
    • 엔비디아: +5.95% ($191 → $203)

    10월 한 달 전체로 보면 더욱 인상적이다:

    • 삼성전자: +25.00%
    • SK하이닉스: +55.83%
    • 현대차: +35.03%
    • 엔비디아: +8.36%

    SK하이닉스는 10월 한 달간 55.83%나 급등하며 ’50만닉스’ 시대를 열었고, 현대차의 14.34% 상승은 피지컬 AI 투자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수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중장기 전망: 기회와 리스크

    삼성전자: ’10만전자’ 시대의 지속성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2025년 HBM 판매량이 올해 대비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HBM3E 판매량이 3분기 대비 85% 확대되었고, 차세대 HBM4 납품도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10월 30일 52주 신고가 105,800원을 기록했으며, 10월 중 최고가는 108,600원까지 올랐다. 다만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과 미국 증시 변동성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변수다.

    SK하이닉스: HBM 독주 체제

    IB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이 14조 8,61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 70만원(상승 여력 +25%)을 제시했다. 엔비디아와의 HBM 독점 공급 관계가 지속되는 한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 SDV 전환의 촉매제

    현대차는 10월 28일 이후 14.34% 급등하며 291,000원까지 올랐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엔비디아: 5조 달러 시대

    엔비디아는 10월 29일 사상 첫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했다. 블룸버그는 “한국과의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한국과의 26만장 GPU 공급 계약은 중국 시장 제한으로 줄어든 매출을 보완하는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들

    현재 미국 증시는 AI 투자 열기 속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10월 29일 6,881포인트로 연초 대비 18.36% 상승했다.

    한국 증시도 코스피가 10월 27일 장중 사상 첫 4,000선을 돌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빅테크 주가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올해 특정 기업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00억 달러 이상 변동한 사례가 119차례로 지난해의 1.4배를 넘어섰다.

    젠슨 황의 방한과 이재용·정의선과의 회동은 단순한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다.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 전환점이며, 관련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성 ▲미국 증시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