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3일 월요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유니온머티리얼이 29.77% 급등했고, 성안머티리얼스는 상한가에 근접한 29.93%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동국알앤에스, 노바텍, 고려아연 등 희토류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희토류 관련주 급등!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를 이해하다
희토류 관련주 급등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희토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희토류는 란타늄, 세륨, 스칸듐, 이트륨 등 17개 원소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희귀한 흙’이라는 이름과 달리 지구상에 구리나 아연만큼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지만, 채굴과 정제 과정이 극도로 까다롭고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희귀한 자원입니다.
희토류가 중요한 이유는 그 독특한 특성 때문입니다.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탁월한 자성, 전기적 특성, 발광 특성을 갖고 있어 반도체,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풍력발전기, 미사일 유도장치에 이르기까지 현대 첨단산업의 모든 영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소재로 사용됩니다. 전기차 한 대를 만들려면 약 1킬로그램의 희토류가 필요하고, 풍력발전기 하나에는 200킬로그램 이상이 들어갑니다. 마치 인체에 소량의 비타민이 필수적이듯, 첨단산업에서 희토류는 소량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산업의 비타민’인 셈입니다.
중국의 전략적 한 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이번 주식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2025년 10월 9일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입니다. 중국은 홀뮴, 에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 등 5개 희토류 원소를 새롭게 수출 통제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이로써 통제 대상 희토류 원소는 총 12개로 확대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단순히 원소 자체만이 아니라 관련 기술과 장비까지 통제 범위에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희토류 채굴, 제련, 분리, 자석 제조에 사용되는 모든 핵심 기술과 장비가 수출 통제 대상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사용해온 역외직접생산품규칙과 유사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중국산 희토류가 0.1퍼센트라도 포함된 제품이나 중국 기술로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까지 통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가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70퍼센트를 차지하고, 정제 분야에서는 8590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은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희토류를 협상 카드로 꺼내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조치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염두에 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반응과 주요 종목 분석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국내 희토류 관련 기업들이 반사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며 매수에 나섰습니다. 10월 13일 유니온머티리얼은 전 거래일 대비 29.77퍼센트 상승한 2210원을 기록했고, 동국알앤에스는 17.32퍼센트, 노바텍은 15.88퍼센트, 유니온은 23.55퍼센트 급등했습니다. 현대비앤지스틸과 티플랙스, 삼화전자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고려아연의 강세입니다. 고려아연은 최근 희소금속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는데, 중국의 희토류 통제로 희소금속 가격이 상승할 경우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12.64퍼센트 급등했고, 장중 한때 19.48퍼센트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급등한 이유는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이 지난 4월 희토류 수출 허가제를 도입한 이후 한국의 희토류 수입은 76퍼센트나 급감했고,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같은 고성능 자석용 희토류 가격은 2개월 만에 2배에서 6배까지 폭등했습니다. 중국의 통제가 지속될 경우 희토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고, 이는 국내 관련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투자 시 고려사항
단기적으로 희토류 관련주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PEC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관련주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다만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첫째, 국내 희토류 관련주 중 상당수는 실제 희토류 매출 비중이 낮거나 테마주 성격이 강합니다. 둘째,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수출 통제 대화 채널을 통해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어, 실제 공급 차질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셋째, 세계 각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정제 기술과 규모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희토류 대체 기술 개발 동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테슬라가 차세대 모터에 희토류 대신 페라이트를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려는 기술 혁신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만든 투자 기회
희토류 관련주의 이번 급등은 단순한 시장 이벤트가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입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관련 산업과 주식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테마주 특성상 단기 급등락이 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각 기업의 실질적인 희토류 사업 비중과 수익성을 면밀히 분석한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동시에 미중 관계 변화, 중국의 정책 동향, 대체 기술 개발 등 거시적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이 아니라 21세기 첨단산업의 생명줄이자, 국가 간 힘겨루기의 핵심 무기가 되었습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주요 뉴스 기사:
- 파이낸셜뉴스 – 中 희토류 수출통제 영향..고려아연 12%대 급등
- 아주경제 – 中희토류 수출 제한에 반사수혜 기대…희토류 관련주 급등
- 서울신문 – 정부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한국엔 아직 피해 없다”
- 한국경제 – 중국이 또 희토류를 비장의 카드’로 쓴 이유
- 글로벌이코노믹 –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로 한국 수입 76% 급락
- 중앙이코노미뉴스 – 유니온머티리얼 등 희토류 관련주 연일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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