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밸류에이션

  • AI 버블 경고음, 글로벌 증시를 흔들다 – OpenAI 정부 보증 논란과 한국 증시 급락

    AI 버블 경고음, 글로벌 증시를 흔들다 – OpenAI 정부 보증 논란과 한국 증시 급락

    지난 11월 첫째 주, 글로벌 증시는 AI 기술 기업들의 과대평가 우려로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습니다.

    특히 OpenAI CFO의 정부 보증 발언 논란은 미국 나스닥 지수를 4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으로 이끌었고, 한국 KOSPI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 불과 이틀 만에 6% 넘게 폭락하는 극적인 반전을 보였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닌, AI 주도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OpenAI 정부 보증 논란, 미국 기술주 신뢰를 흔들다

    11월 5일 수요일, OpenAI의 최고재무책임자 Sarah Friar가 Wall Street Journal 행사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회사의 1조 4천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해 미국 정부의 “backstop(보증)”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 발언은 즉각 시장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OpenAI는 서둘러 입장을 철회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OpenAI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었습니다. OpenAI는 올해만 1조 달러 이상의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지만, 회사의 매출은 수백억 달러 규모에 불과합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한 시장 분석가는 “미국 주식 시장의 거의 모든 주요 기술 기업이 의무를 이행할 자원이 부족한 회사와의 연관성을 축하해왔다”며 “이들 기업은 각자 재무 전망에 더 높은 불확실성을 초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논란의 파장은 즉각 나타났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주간 3.04% 하락하며 4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고, S&P 500도 1.63% 하락했습니다. 11월 6일 목요일에는 Nvidia(-4%), Tesla(-5.2%), Amazon(-1.8%), Alphabet(-2.2%) 등 주요 기술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시장의 공포 수준을 보여주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장중 16%나 급등했으며, CNN의 공포-탐욕 지수는 ‘극심한 공포’ 구간에 머물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역사상 가장 긴 미국 정부 셧다운(11월 5일 기준 36일째)이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한국 증시, 희망에서 공포로 – 사상 최고치 후 급락

    한국 증시는 더욱 극적인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11월 3일 월요일, KOSPI는 사상 최고치인 4,221.87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했습니다. 이날 KOSPI는 114.37포인트(2.78%) 상승했는데, 이는 Nvidia가 한국 정부 및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에게 26만 개의 최첨단 AI 칩 공급 계획을 발표한 직후였습니다.

    Nvidia CEO Jensen Huang이 APEC 정상회담에서 한국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체결한 이 협약은 한국이 AI 분야에서 글로벌 톱3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데이터센터 확장과 AI 파트너십에 대한 전망이 밝아 보였죠.

    그러나 불과 이틀 후인 11월 5일 수요일,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습니다. 미국발 AI 버블 우려가 국내 시장을 강타하면서 KOSPI는 장중 한때 6.2% 폭락하며 3,867.81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는 2024년 8월 5일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Goldman Sachs CEO David Solomon이 홍콩 금융 정상회의에서 “기술주 버블이 심각하며, 향후 12~24개월 내 10~20% 시장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습니다. 이로 인해 전날 나스닥이 2% 하락했고, 실적 기대치를 상회했던 Palantir조차 8% 급락했습니다.

    폭락의 중심에는 반도체 종목들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장중 7.8%, 9.2% 급락했으며,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 발동이 KOSPI와 KOSDAQ 시장에 동시에 촉발됐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4,722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 투자자들의 6,959억 원 순매수로 간신히 4,000선(4,004.42)을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수출 둔화, 한국 증시에 추가 악재

    한국 증시의 하락세는 중국 경제 지표 악화로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중국의 10월 수출이 전년 대비 1.1% 감소하며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수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미·중 무역 긴장 재개 우려도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습니다. 한국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11월 7일 금요일 KOSPI는 1.81% 하락하며 3,953.76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AI 밸류에이션, 지속 가능한가?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AI 기술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OpenAI의 경우 천문학적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매출 구조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Bloomberg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급락은 AI 관련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근본적 의구심을 반영한 것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AI 칩 공급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AI 수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드러냅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

    첫째, AI 기술주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AI’라는 키워드만으로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실제 수익 모델과 재무 건전성을 갖춘 기업을 선별해야 합니다.

    둘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합니다. Goldman Sachs CEO의 경고처럼, 향후 1224개월 내 1020% 수준의 시장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셋째, 글로벌 경제 지표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의 수출 감소, 미국 정부 셧다운, 미·중 무역 긴장 등 거시경제 변수들이 기술주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장기적 관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AI 기술 자체의 혁신성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AI 산업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입니다. 문제는 ‘언제’와 ‘누가’입니다.

    이번 주 글로벌 증시의 급락은 AI 버블에 대한 경고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과열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성적 판단과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