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새로운 이정표
2025년 10월 27일,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코스피(KOSPI)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42.83포인트를 기록하며 4,000선을 돌파한 것입니다. 이는 2021년 1월 3,0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4년 10개월 만이며, 1989년 1,000포인트를 처음 돌파한 이후 36년간의 여정을 거쳐 이룬 쾌거입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7%(101.24포인트)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고,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494억 원과 2,341억 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저평가됐던 국내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이례적으로 공식적인 낙관론을 밝혔습니다.

코스피 4,000 돌파의 핵심 배경
1.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대형주 강세
이번 상승의 가장 핵심적인 동력은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입니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10만 원을 돌파하며 시가총액 600조 원 시대를 열었고, SK하이닉스는 53만 원대를 유지하며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인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업종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74% 상승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의 호조가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2.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글로벌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긍정적 발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유예 결정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되며 무역 협상 타결과 관세 문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3.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정책 모멘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 상법 개정 등이 추진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1.33배로, 선진국 평균(3.7배)은 물론 대만(3.6배), 인도(3.5배), 중국(1.6배) 등과 비교해 여전히 저평가 상태입니다.
4. 글로벌 유동성 확장과 미국 금리 인하 기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10월 FOMC에서 기준금리 25bp(베이시스포인트) 인하가 확정적(선물시장 반영률 98%)이며, 양적긴축(QT) 종료 일정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시장 반응과 단기 변동성
4,000선 돌파 이후 조정 국면
역사적인 4,000선 돌파 다음 날인 10월 28일, 코스피는 1.09% 하락한 3,998선에서 거래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었고, 외국인은 1조~1.6조 원 규모의 순매도에 나섰습니다.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도세가 집중되었으며,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 업종으로 순환매가 이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은 FOMC 회의, APEC 정상회담, 빅테크 기업(M7) 실적 발표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 자세를 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증권가의 전망: “구조적 랠리 지속”
증권가는 이번 상승이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랠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의 주가 흐름만 놓고 봤을 때 시장에서는 경계감,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 연말 목표치를 종전 3,850에서 4,100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내년에는 적어도 4,000선 중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저유가, 저신용위험과 더불어 AI 사이클의 낙수효과인 반도체 가격 급등이 국내 경제와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으로 당분간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향후 전망: 5,000선을 향한 여정
추가 상승의 조건
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추가 상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대형주의 호실적 지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으며, 삼성전자는 목표주가 14만 원, SK하이닉스는 7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 글로벌 증시 우호 환경: 미국 증시의 강세와 중국 경기 회복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 정책 모멘텀 유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주의해야 할 리스크
한편 단기적으로 주의해야 할 요인들도 있습니다:
- 이벤트 리스크: FOMC 회의 결과, APEC 정상회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 실적 부진: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경우
-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갈등 재점화, 중동 정세 악화 등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각 이벤트를 치르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주가 되돌림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 영업이익, 정책, 유동성이라는 상방 재료의 조합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 새로운 시대의 시작
코스피 4,000 돌파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36년간의 부침을 거쳐 한국 경제가 이룬 성과이자,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라는 대내외 호재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오늘은 단순히 사상 최고치 경신이 아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했다는 상징적인 날”이라며 “자본시장 역사에 새로운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단기적 조정과 변동성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구조적 펀더멘털이 뒷받침되고 있고, 글로벌 증시 환경이 우호적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5,000선을 향한 여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실적과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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